스타크래프트 리그, 불법 베팅-승부 조작 사실확인.

일부 프로게임단, 공론화될 경우 ‘게임단 해체’ 검토

스타크래프트 리그와 관련된 불법 베팅 사이트 문제가 드러날 때까지 한국e스포츠협회와 프로게임단 관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한국e스포츠협회는 불법 베팅 사이트가 성행하고 e스포츠 내부 관계자들의 가담설이 제기되자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직접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단속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계 기관의 협조를 통한 후속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는 사이 불법 베팅 사이트들은 단속 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서비스를 계속했고, 전직 e스포츠 관계자들을 통한 내부 침투 시도는 점점 그 폭을 넓혀 간 것으로 보인다. 불법 베팅 사이트와 관련된 문제가 갑작스럽게 불거진 이슈가 아니라 지난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한국e스포츠협회가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게임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수들이 불법 베팅 사이트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협회와 동일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프로게임단 선수 관리에 있어서도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

팀의 주전으로 활동하고 있는 1군 선수들이 불법 베팅 사이트 관계자들과 접촉해 승부 조작에 가담하는 한편 2군 선수와 온라인 연습생까지 연계돼 리플레이 파일을 유출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프로게임단 운영에 있어 성적과 기업 홍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선수들의 소양과 인성 교육, 프로게이머의 기본권 보장 등에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한국e스포츠협회가 전담 인력을 신규 채용해 단속을 강화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서와 협조를 통해 폐쇄 조치를 취하는 한편 검찰에 불법 베팅 사이트와 관련자 색출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고, 선수들의 소양 교육이나 자정 노력을 강화해 재발 방지에 나서는 등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4라운드 엔트리 공개 방식을 48시간 사전 공개에서 현장 공개 방식으로 바꾸는 등 불법 베팅의 개연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인 상황.

한편, 불법 베팅 사이트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전직 e스포츠 관계자는 현직 e스포츠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해 제재를 가하거나 조사를 취할 경우 “현재 베팅 서비스에 관련된 현직 e스포츠 관계자들의 명단을 모두 폭로해버리겠다”며 협박했고, “암묵적으로 우리의 서비스를 인정하면서 함께 공생할 방법을 찾는 것은 어떠냐”는 대담한 제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소극적인 대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제기된 상황이다. e스포츠가 아직 정식 체육 종목에 포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법 베팅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될 경우 대한민국에 e스포츠가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기반이 흔들리는 일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프로게임단 관계자의 경우 “불법 베팅과 승부 조작 문제가 공론화될 경우 우리는 프로게임단을 해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고, 다른 프로게임단 관계자 역시 “정식 체육 종목 선정, 스타크래프트2 지적 재산권 문제 등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터질 경우 프로게임단 존속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e스포츠협회와 프로게임단은 불법 베팅 사이트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 관계자와 가담자를 정리하고 연결 고리를 끊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와 대책 마련을 통해 현재 e스포츠의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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